윌슨병의 정의
윌슨병은 비교적 흔한 유전병의 일종으로 구리를 대사 하는 경로에 문제가 생겨 뇌와 간에 구리가 과도하게 쌓이는 질환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10만 명당 1명의 환자가 존재하며 90명당 1명이 이 질환의 인자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질환은 윌슨이 1912년에 간경화증이 있는 환자를 진단하던 중 처음으로 발견했습니다.
구리는 필수적인 미량원소로 소량의 경우에는 비타민과 같이 인체에 중요한 작용을 합니다. 구리는 사람이 섭취하는 거의 모든 음식에 함유되어 있는데 대부분의 사람은 필요한 양보다 더 많은 구리를 섭취하게 됩니다. 과도한 구리를 섭취하더라도 인체에서는 필요하지 않은 구리를 대사를 통해 배설할 수 있으나 윌슨병 환자는 이 대사경로에 문제가 생겨 구리가 배출되지 못하고 축적됩니다. 과량의 구리가 출생 시부터 축적이 되어 간이나 뇌에 쌓이고 간염 혹은 신경학적인 증상을 유발하게 됩니다.
주로 청소년기에 두드러지게 증상이 나타납니다. 황달, 복부 팽만, 복통, 떨림, 전신 피로가 주된 증상이며 걷거나 말하는 것, 음식을 삼키는 것도 힘들어집니다. 심각한 겨우 우울증이나 조울증, 공격적인 행동 등의 정신적인 증상을 동반합니다. 일부 여성에게서는 생리불순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체내 장기 중에서는 간이 가장 첫 번째로 손상을 받습니다. 구리는 담즙을 통해 배설되는데 이 경로가 적절히 이루어지지 못하면 구리가 간세포 내에 쌓이게 되며 간세포의 손상을 유발하면서 간경변증으로 진행됩니다. 윌슨병 환자의 절반정도는 간손상뿐만 아니라 신경학적 손상, 신세뇨관의 기능 이상 등의 증상이 동반됩니다. 간 장애는 보통 8세부터 20세 사이에서 가장 빈번하게 나타납니다.
윌슨병 환자는 선천적으로 세룰로플라스민이 결핍되어 있는데, 세룰로플라스민은 혈청 내에서 구리를 운반하는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윌슨병 환자는 세포 내에 유리된 구리의 농도가 증가되고 이로 인해 소뇌 기저핵의 손상이 나타납니다. 구리는 각막과 내피 사이에 있는 막에 축적이 되기 때문에 윌슨병 환자의 공막과 각막의 사이에 위치한 곳에 녹갈색의 둥근 띠가 생게 됩니다.
신경 쪽 증상은 12세 이전의 어린 나이에는 쉽게 나타나지 않지만 일단 증상이 생기고 난 후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는 경우에는 사망률이 급격히 높아집니다.
윌슨병의 진단 방법
윌슨병은 임상학적인 관점, 생화학적 관점, 분자유전학적 관점에서 진단할 수 있습니다.
임상적인 관점에서 소아나 성인에게 만성적인 간질환이나 간염의 징후가 있을 때 윌슨병의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습니다. 특징적인 신경성 증상을 보이거나 급성 용혈성 빈혈, 판코니 증후군, 용혈을 동반한 간질환이 있을 때 특히 윌슨병을 감별합니다.
윌슨병 환자에게서 특이적으로 나타나는 황갈색의 각막환, 신경학적인 소견, 혈중 내에 낮은 농도의 세룰로플라스민, 간내 축적된 구리의 양을 고려해서 임상적, 생화학적인 진단을 내립니다. 24시간 동안 소변을 통한 구리의 배설량이 증가한 상태이므로 구리의 배설량을 확인합니다. 최근에는 안과 검사나 간 생검, 유전자 분석 등의 접근방법이 있습니다. 윌슨병 환자가 있는 경우 그 형제관계에 있는 사람에게서도 혈청 내의 세룰로플라스민 수치와 소변 내 구리의 하루 배출량을 검사하여 윌슨병을 조기진단하도록 합니다. CT와 MRI검사를 통해서도 간 내에 형성된 공동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분자유전학적 관점에서는 ATP7B유전자에 나타난 돌연변이를 검사할 수 있습니다. 대략 80%의 환자에게서 이 유전자의 이상이 나타납니다. 이 방법은 임상적 방법과 생화학적 방법으로 윌슨병을 진단할 때 보조적인 진단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유전자 돌연변이를 검증하는 방법은 윌슨병 환자의 직계 가족과 친척들에게서 유용하게 적용될 수 있습니다. 분자유전학적 방법은 무증상의 윌슨병 환자나 윌슨병 인자의 보유 여부를 확인할 때 표준적으로 이용하는 방법입니다. 특히 세룰로플라스민의 수치가 낮게 나오는 이형접합자나 정상수치를 나타내는 환자, 증상이 없는 환자 등 임상적인 소견으로는 판별하기 어려운 경우에 유용합니다.
윌슨병이 생기는 이유
윌슨병은 유전적 질환으로 상염색체 열성으로 유전됩니다. 만약 부모가 모두 보인자인 경우 그들의 자녀가 윌슨병일 확률은 25%가 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00명 중 1명가량 윌슨병의 유전자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윌슨병이 생기는 원인은 ATP7B유전자의 돌연변이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유전자는 구리를 흡수하는 데 관련 있는 효소인 copper P-type ATPase를 암호화하는 유전자로서 13번 염색체의 장완 q14.3 위치에 존재합니다. 이 유전자에 이상이 생기면 구리가 간세포에서 담관 쪽으로 배출되지 못하게 됩니다. 또, 구리가 세룰로플라스민에 결합하지 못하게 되어서 혈액으로 방출되지 못하고 간이나 적혈구, 뇌 기질 안에 구리가 쌓이게 됩니다.
윌슨병에 관련된 유전자를 발견한 이래로 해당 유전자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져 왔습니다. 그 결과 이 유전자의 돌연변이 양상에는 동서양간의 차이가 있음이 드러났습니다. 일반적으로 윌슨병 환자의 80%는 ATP7B유전자의 이상에 기반하며 한국인의 경우 R778L이 가장 흔한 돌연변이 유전자임이 밝혀졌습니다. 이외에도 A874V, N1270S유전자의 돌연변이도 각각 15% 정도의 빈도로 나타납니다.
윌슨병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증상
주된 증상은 간과 신경 쪽에서 나타나고 간간히 정신적인 문제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간 손상은 주로 15세 이전에 빈번하며 15세 이후에 신경 증상이 우세하게 나타납니다. 발현 빈도는 간질환과 신경질환이 거의 비등한 편입니다. 신경 증상이 동반된 대다수의 환자에게서는 특이적으로 각막환을 관찰할 수 있으며 각막환의 형태는 환자마다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또한 용혈성 빈혈, 혈뇨 등이 동반되는데 이 경우 명확한 원인을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소아에게서는 주로 간에서 증상이 많이 나타납니다. 간에 구리가 축적되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발병하는 나이는 5세 이후입니다. 초반에는 간효소 수치가 다소 오르지만 별다른 증상 없이 간의 크기만 약간 증가합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간염, 간경화, 문맥압 상승이 차례대로 일어나며 급격한 간성 혼수로 빠지는 경우에는 사망에 이를 위험이 있습니다.
신경계에서 나타나는 증상은 주로 15세 이후에 나타나며 대뇌에 위치한 기저핵이 손상을 받은 것이 그 원인입니다. 이로 인해 대뇌 기저핵에서 주관하는 행동에 장애가 생깁니다. 구음 및 연하 장애, 얼굴 근육 마비, 안구 움직임 이상, 미세 운동 장애, 근 긴장 이상 등의 운동장애가 나타납니다.
구리가 뇌에 다량 축적된 경우에는 정신적인 증상이 나타납니다. 그 예로는 과잉행동, 불안장애, 공포감, 정서불안, 감정조절 장애 조울증, 집중력 저하, 정신분열증이 있습니다. 이런 증상은 구리의 수치를 낮추는 약물로 치료하면 크게 완화되는 편입니다.
안구에 나타나는 황갈색의 각막환은 각막 테두리를 따라서 위치합니다. 육안으로 잘 관찰하기는 어렵고 현미경을 통해 관찰해야 합니다. 윌슨병 환자는 간 증상과 신경증상이 동시에 나타나기도 하고 간증상이나 신경증상 각각 하나의 증상만 나타나기도 합니다. 간 증상만을 지닌 윌슨병 환자에게서는 이러한 안과적 이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으나 신경증상이 있는 윌슨병 환자는 대부분 안과적 이상이 동반됩니다. 각막환 외에도 백내장, 외사시, 야맹증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신장이 손상되는 경우는 주로 근위세뇨관의 손상으로 시작됩니다. 혈뇨, 단백질뇨, 요비중 감소, 당뇨, 요산뇨증, 과인산뇨증, 신세뇨관성 산증 등의 판코니 증후군이 동반됩니다. 소아의 경우 뼈에 통증과 함께 등이 굽으며 성장 장애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런 골격의 이상은 과인산뇨증으로 인해 혈중 인산의 농도가 낮아졌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골다공증, 구루병, 골절이 동반됩니다.
여성 환자의 경우 난소 기능 장애 때문에 무월경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윌슨병의 치료법
윌슨병은 평생에 걸쳐 적절한 치료요법을 수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사망의 위험이 매우 높아집니다. 치료를 일찍 시작할수록 증상이 호전될 확률이 높아지며, 치료시기가 많이 늦은 경우에는 치료를 받더라도 완전하게 회복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식이요법을 통해 하루에 섭취하는 구리의 양을 조절합니다. 하루에 평균 1mg을 유지하며 음식물을 섭취합니다. 구리가 많이 함유된 음식물은 특히 주의를 요합니다. 해당되는 식품에는 버섯, 간, 어패류, 견과류, 코코아, 초콜릿, 말린 과일, 바나나, 토마토, 포도, 밤, 감자, 땅콩 등이 있습니다.
윌슨병의 약물치료는 크게 구리흡수억제제와 구리배설촉진제를 이용합니다. 증상의 정도에 따라서 약물을 적절히 선택할 수 있습니다.
구리흡수억제제는 간 기능 이상이 나타나지만 증상은 나타나지 않는 소아 환자의 초기 치료로 선정할 수 있습니다. 또는 구리촉진제로 기존에 치료를 받던 성인 환자에게서 체내 구리의 양이 감소한 경우 유지요법으로 선정합니다. 하루에 소변으로 배출되는 구리의 양이 75 mcg 미만을 유지하는 것이 용량 설정의 기준이 됩니다. 일반적으로 소아는 아연 원소의 함량으로서 25mg씩 하루 3회, 성인은 50mg씩 하루 3회씩 복용하며, 가급적이면 공복에 복용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구리배설촉진제와 병용할 경우 두 가지 약물을 한 번에 복용하지 않고 시간 간격을 두어야 합니다. 구리흡수억제제를 복용할 시 부작용으로 철결핍성 빈혈, 위장 장애가 나타납니다.
구리배설촉진제는 페니실라민, 트리엔틴이 있습니다. 이 약제들은 체내에 축적된 구리와 직접 결합해서 체외로 배설됩니다. 일차 약제로는 페니실라민을 주로 사용하지만 부작용이나 신경증상으로 인해 페니실라민을 복용할 수 없는 경우 트리엔틴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페니실라민은 10세 이하의 소아에게는 몸무게 1kg당 20mg을, 10세 이상에게는 1g을 공복에 복용합니다. 페니실라민은 비타민 B6의 대사를 저해하기 때문에 복용할 시 비타민 B6의 결핍이 초래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하루에 25mg의 비타민 B6를 섭취하는 것이 좋습니다. 페니실라민은 초기에 발진, 열, 호중구감소, 혈소판 감소증과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며 복용한 2주 이내에 발생합니다. 그 외에 드문 부작용으로는 신증후군, 홍반성낭창, 재생불량성 빈혈 등이 있습니다. 치료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수개월이 필요하며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최대 효과에 도달합니다.
페니실라민의 부작용이 심한 환자의 경우 트리엔틴을 사용합니다. 트리엔틴도 페니실라민과 동일한 기전으로 작용합니다. 이 약 역시 공복에 복용하는 것이 권장됩니다. 부작용으로는 철적모구성 빈혈이 있으나 아직 치명적인 부작용은 보고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증상의 완화는 6개월에서 12개월 정도의 시간이 요구됩니다.
외외에도 tetrathiomolybdate라는 약제는 구리 흡수를 억제하는 기능과 배설을 촉진하는 기능 모두를 가지고 있으나 아직 FDA의 승인을 받지 못한 상태입니다. 큰 부작용은 아직 알려진 바가 없으나 빈혈과 백혈구 감소가 생길 수 있습니다. 해당 약제는 국내에 수입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질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야뇨증이 일으키는 증상과 치료제 (0) | 2023.01.09 |
---|---|
당뇨망막병증 환자가 겪게 되는 증상들과 치료 (0) | 2023.01.04 |
알레르기 비염을 일으키는 원인과 치료법 (0) | 2022.12.21 |
접촉성 피부염이 생기는 원인과 증상 (0) | 2022.12.17 |
알코올 의존으로 판별 되는 기준과 치료 (0) | 2022.12.10 |
댓글